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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2016) - 사랑과 꿈이 교차하는 순간의 미학적 역설

by bigmans 2025. 10. 31.

라라랜드 영화 대체 사진

 

 

 

‘라라랜드(La La Land, 2016)’는 음악, 색채, 춤, 그리고 꿈이라는 요소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현실의 간극을 가장 섬세하게 그려낸 영화다. 이 작품은 단순한 뮤지컬이 아니라, 예술가의 삶이 가진 근본적 모순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예술적 실험이다. 미아와 세바스찬이라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는 사랑과 꿈,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끝없이 흔들리는 인간의 내면을 투명하게 드러낸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재즈와 클래식 할리우드 뮤지컬의 양식을 결합하여, 현대 관객에게 낭만과 현실의 경계를 새롭게 제시한다. 본 리뷰에서는 ‘라라랜드’가 어떻게 사랑과 예술의 관계를 해석했는지, 그리고 그 메시지가 오늘날 어떤 의미로 확장되는지를 탐구한다.

사랑과 꿈, 같은 하늘 아래의 두 별

‘라라랜드’의 시작은 화려한 LA 고속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뮤지컬 장면으로부터 출발한다. 교통 체증 속에서도 각자의 꿈을 품은 사람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이 장면은, 영화 전체의 주제인 ‘꿈꾸는 자들의 도시’를 압축적으로 상징한다. 그러나 영화가 진정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꿈이 얼마나 찬란한가가 아니라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무엇을 잃게 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미아는 배우를 꿈꾸는 평범한 여성이고, 세바스찬은 재즈 클럽을 차리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 음악가다. 두 사람은 서로의 열정을 인정하고 사랑하게 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랑이 각자의 꿈을 침식시킨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데이미언 셔젤은 이 갈등을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대신, 인물의 감정선을 음악과 조명, 미장센으로 시각화한다. 특히 ‘City of Stars’ 장면은 영화 전체의 정서를 응축한다. 희미한 빛, 절제된 피아노 선율, 그리고 둘 사이의 간극은 사랑이 주는 희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담는다. 이 장면은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순간조차 이미 이별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음을 암시한다. ‘라라랜드’의 서론은 결국 하나의 역설로 귀결된다. 사랑은 꿈을 완성시키는 동력이지만, 동시에 그 꿈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순이야말로 예술가의 삶, 나아가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긴장을 상징한다.

현실 속 낭만주의 — 라라랜드의 시각 언어

‘라라랜드’의 진정한 힘은 스토리보다는 ‘형식’에 있다. 셔젤 감독은 전통적인 헐리우드 뮤지컬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인공적인 세트, 선명한 색채 대비, 원테이크 롱숏 촬영, 그리고 음악과 카메라의 리듬이 일체화된 편집은 영화의 감정선을 오케스트레이션한다. 특히 LA의 야경을 배경으로 한 ‘Planetarium’ 장면은 영화의 미장센이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그 장면에서 미아와 세바스찬은 중력을 잊은 듯 공중을 부유하며 춤을 춘다. 이는 그들의 사랑이 현실의 제약을 초월한 상태임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오래 지속될 수 없음을 암시한다. 이처럼 영화는 ‘로맨스’의 클리셰를 이용하면서도 그 이면에 존재하는 ‘불가능성’을 철저히 인식한다. 또한 ‘라라랜드’는 색의 영화다. 노란색은 낭만과 희망을, 파란색은 현실과 고독을 상징한다. 미아가 오디션에서 노래를 부를 때 배경은 점점 어두워지고, 그녀의 얼굴만이 따뜻한 조명으로 비춰진다. 이는 예술가가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 가면서도 내면의 빛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미장센은 ‘라라랜드’를 단순한 사랑 영화가 아니라, 시각적 철학서로 승화시킨다. 셔젤은 낭만주의적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그것을 감상주의로 떨어뜨리지 않는다. 영화의 낭만은 현실에 대한 맹목적 회피가 아니라, 현실의 잔혹함 속에서도 여전히 꿈꾸기를 선택하는 행위로 해석된다. 결국 ‘라라랜드’의 본질은 ‘낭만의 현실화’에 있다. 사랑과 꿈은 동시에 가질 수 없는 듯 보이지만, 영화는 그 불가능성 속에서도 삶을 예술로 만들어내는 인간의 의지를 찬양한다.

라라랜드가 남긴 질문 — 당신은 어떤 별을 선택할 것인가

‘라라랜드’의 마지막 장면은 영화 전체를 정의한다. 몇 년 후, 각자의 길을 걷던 미아와 세바스찬이 우연히 다시 마주치는 순간, 짧은 눈빛 교환 속에서 두 사람은 ‘만약’의 세계를 상상한다. 그리고 그 상상은 곧 뮤지컬적 몽환으로 확장된다. 그들은 사랑했지만 함께할 수 없었고, 서로의 꿈을 이해했지만 결국 다른 길을 택했다. 이 장면이 감동적인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비극적 사랑의 끝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불완전한 선택’의 아름다움을 포착하기 때문이다. 인생은 언제나 완벽한 조화가 아니라, 선택과 포기의 연속이다. 그리고 ‘라라랜드’는 그 포기의 순간마저 예술로 승화시킨다. 오늘날 우리는 미아와 세바스찬처럼 꿈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잡으려 한다. 그러나 영화는 묻는다. “사랑을 위해 꿈을 포기할 수 있는가?”, 혹은 “꿈을 위해 사랑을 희생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단지 영화 속 인물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추구하는 모든 인간에게 던지는 존재론적 물음이다. ‘라라랜드’는 결국 ‘현대의 낭만주의 선언문’이다. 사랑이든 꿈이든, 우리가 그것을 선택하고 또 포기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때, 삶은 비로소 예술이 된다.